디자인을 위한 코딩/워드프레스

내 블로그, 워드프레스(Wordpress)로 만들면 좋을까?

imthan 2020. 10. 10.
디자인에 중점을 둔 웹사이트 운영을 고려하는 분 & 코딩 모르는 분을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처음 웹사이트(블로그 포함)를 만들게 되면, 어디에 만들지 플랫폼을 알아볼텐데요, 많은 한국인의 경우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워드프레스.org (추가로, 워드프레스.com, 구글블로그, Wix나 Squarespace 정도) 등 잘 알려진 CMS 플랫폼 중에서 고민해 볼 것입니다. (쇼핑몰 사이트는 주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이 글에선 제외) 

 

각각의 장점을 살짝 언급한다면,

네이버블로그 - 만들기 간단, 네이버 검색에 최적화되어 있어 네이버 이용자=내 블로그 잠재적 방문자 기대, 다양한 파생 수익

티스토리 - 만들기 간단, 구글에서 유리하다, 네이버보다 세련됨

워드프레스 - 구글검색에 유리하고 이 중에서 확장성, 자율성이 가장 높다

(기타: wordpress.com - 장점 없다, 구글 블로그 - 구글 거다, Wix - 쉽고 깔끔, Squarespace - 쉽고 예쁨)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쉬움 / 확장성 / 네이버 검색 / 구글 검색 / 구글 애드센스 등 구글 프렌들리) 중 “확장성”이나 “구글”이란 키워드에 중점을 두는 분들은 워드프레스를 고려해봄직 합니다. 반면 “만들기 쉽다”, “네이버 검색” 등이 최우선 순위라면 다른 적절한 툴을 선택하시는게 더 효율적일 것 같고요.

 

이런 알아보는 단계에서 결정을 너무 잘하려는 마음에 티스토리, 워드프레스, 윅스, 네이버 블로그의 특징을 폭풍검색 하다보면, 아까는 티스토리가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지금보니 워드프레스가 딱이군. 으아니! 네이버 블로그가 돈이 되겠는데? 이렇게 계속 바뀌다가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알아봐야겠다”며 조용히 창을 닫는다. 

 

이 글은 워드프레스를 최종후보 중 하나로 올리고 고민하는 분에게 도움이 되고자 작성했고, 워드프레스에 관해서만 다루고 있습니다.

 

힘든 사전조사를 거쳐 워드프레스를 최종 후보군에 넣었다면, 먼저 “워드프레스가 나의 귀한 시간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도구인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아무리 좋은 플랫폼이라도 내 블로그 성격과 안맞으면 과감히 패스. 

 

워드프레스의 특징을 검색해보면, 일부는 "워드프레스의 장점은 코(딩)알못도 CMS 기반의 근사한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을만큼 쉽다는 점”이라 하고, 다른 쪽에선 "워드프레스의 단점은 복잡하고 어려워서 코딩을 모르면 사용하기 힘든 점”이라는 상반되는 주장을 합니다.  

 

쉬운게 장점, 어려운게 단점…그렇다네요.  SOURCE: Hatice EROL from Pixabay 

 

그런데 이게 "웹개발자의 관점에서 본 워드프레스의 특징"이라면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를 쓴다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한땀 한땀 직접 코드를 짤 수 있는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GUI 환경에서 마우스 클릭만으로 그럴싸한 외관을 갖춘 웹사이트를 뚝딱 만들 수 있는 워드프레스를 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웹사이트를 만들다보면 수정 하나 없이 템플릿이나 플러그인을 100% 있는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다못해 글자색이라도 바꾸려면 .css 파일에 찾아 들어가 해당 클래스를 찾아서 hex color codes 나 rgba 값 같은 걸 수정하는 방법 정도는 알아야 하니 코딩을 전혀 모르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한 말도 맞는거죠. 

 

CSS파일. 하나씩 보면 명료한 내용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당황할 수 있지 RGRG

 

그래서 제 생각은 “워드프레스 되게 괜찮은 웹사이트 빌더이지만, 코딩을 전혀 몰라도 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입니다. (영향력 1도 없는 의견)

 

하지만 이렇게 신통방통한 툴이 존재하는 걸 우리 모두 알게된 이상 (심지어 오픈소스) “응 난 코알못이라 포기" 라고 쿨하게 버리긴 아깝죠. 

구글 검색과 유튜브 강의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워드프레스 사이트를 만들고 유지, 보수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선행학습으로 HTML, CSS, 인터넷, 서버 관련 기초지식 정도를 이해한 경우라면 말이죠. (생활코딩에서 일주일 안에 배울 수 있는 양입니다. WEB1 - HTML & Internet - 생활코딩)  

그러니 배울 의지가 있다면 할까말까 고민할 시간에 해봅시다. 며칠 해보고 별로다 싶으면 갈아타면 되니까. 

 

Free...다운로드 받을 때 로그인조차 필요없다. SOURCE: wordpress.org

 

 

워드프레스, 이런 분들에게 추천

배우면서 만들 의향이 있는 분

요즘엔 웹호스팅회사에서 워드프레스 자동설치까지 해주긴 합니다. 그래도 엄연히 DB와 많은 파일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의 사이트를 구축하는건데, 내 사이트에 뭐가 들어있는지, 내 데이터베이스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전혀 모르면서 꾸역꾸역 진행하는 건 불안합니다.

워드프레스의 버전 업데이트가 있고나면 테마와 플러그인도 줄줄이 업데이트를 하라고 뜨는데 이 때 무작정 해버리면 수정했던 파일이 초기화되면서 엉망이 될 수도 있죠. 그런 불상사 정도는 미리 주의하거나 수습할 수 있을 정도의 성의가 필요합니다. 

혹은, 플러그인을 이것 저것 설치하다보면 속도가 느려집니다. 이럴 경우 최적화도 해줘야 합니다.  

CSS 파일 수정이나 추가는 기본이고, php파일 수정도 옵션입니다. 막힐 때마다 잠시 멈추고 배우면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너무 급하게 런칭하지 않아도 되는 분

네이버나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든다면 가입에서 첫 글을 쓰고 등록하는데까지 당일에도 가능하죠. 하지만, 워드프레스에서 만들면 테마 고르고, 플러그인 설치, 해당 에디터 사용법 숙지, 메인 페이지로 만들고 네비게이션 메뉴와 사이드바, 하단(footer) 구성 셋팅 등 숙련도에 따라 며칠이 걸릴 수 있습니다. (재미는 보장...)

이후, 포스팅하는 시간은 어디나 비슷할테니, 시작 단계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디자인에 확고한 취향이 있는 분

폰트, 컬러, 레이아웃, 스타일을 내 취향 그대로 사이트에 반영하고 싶다면 워드프레스가 재미난 놀이터가 될 것입니다. 첫 설치 후 “Hello, world!” 밖에 없는 썰렁했던 홈화면에 점점 요소들이 추가되면서 마침내 딱! 내 디자인으로 완성된 화면을 보면 뿌듯하고 정이 가죠. 

로고가 있다면 홈페이지 메인 컬러를 로고의 주요 색상과 같은 색상값으로 맞춰주거나, 로고에 사용한 폰트를 슬라이드 타이틀이나 제목에 똑같이 적용하는 등 디자인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세련된 사이트를 만들기도 좋습니다. 

생기를 주는 아이콘이나 애니메이션 효과도 깔맞춤해서 넣을 수 있고, 설명을 돕는 인포그래픽 요소를 적재적소에 추가해 정보전달의 효과와 시각적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영어 콘텐츠 업로드할 예정인 분

내 블로그에 영어 콘텐츠가 있다면, 구글검색에 유리한 워드프레스를 추천합니다. 

또한, 워드프레스는 다국어지원 플러그인과 멀티사이트 기능이 있어서 한국어/영어 등 여러개의 사이트 외관과 기능을 일관성있게 관리하고 싶을 때 효과적입니다. 

 

반면, 이런 분들에겐 비추입니다.

시간 없는 분

코딩기초를 배울 시간조차 없이 급한 분이라면 워드프레스의 화려함은 잊고 티스토리 등에 블로그를 마련하는게 좋을 것입니다. 전혀 모르는 툴을 막연하게 사용하다 막히면 엄청 스트레스 받을 수 있습니다. 수정할 줄 몰라서 그대로 사용한다면 결과물이 전혀 만족스럽지 않을테고, 잘못 수정하다간 하얀 화면이 뜰 수도 있습니다. 

*시간 없는 대신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으면 전문가에게 제작, 유지, 보수 의뢰하고, 콘텐츠 올리는 방법만 제작자에게 알려달라 하면 친절히 알려줍니다. (매뉴얼 문서화도 해줌)

 

디자인에 관심 없는 분

시각적인 요소에 전혀 민감하지 않은 분이라면 골치아프게 워드프레스와 씨름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 양질의 글 하나 더 쓰는게 이익이죠. 

 

영어 극혐인 분

현재 워드프레스가 한글지원도 되긴 하지만, 많은 테마와 플러그인, 포럼 등이 주로 영어라서, 검색이나 문의를 통한 빠른 문제해결이 힘들 수 있습니다.  

 

+ 코드를 완전히 modify해서 쓰고 싶은 분 

전부 다 뜯어 고쳐서 쓸거면 워드프레스 사용의 메리트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 밖에, 정적인 컨텐츠 위주의 사이트를 운영할건데 가입형 블로그가 싫다면, Jekyll이나 Hugo, Grav 등등 다른 좋은 도구가 많습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당연히 내용(contents)입니다. 워드프레스니 티스토리니 하는 건 내용물을 담아내는 그릇(form)일 뿐이기 때문에, 내용을 가장 맛깔스럽게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선택하려는 것 뿐입니다. 

12첩 반상을 차린다면 다양한 옵션이 있는 워드프레스 종합식기세트가 훌륭한 역할을 하겠지만, 소박한 국수 한 그릇처럼 깔끔하게 글만 있는 정적인 블로그라면 블링블링한 종합식기세트는 오히려 촌스럽고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워드프레스 어디서 배움?

워드프레스는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웹사이트 빌더이니만큼 다양한 튜토리얼과 정보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재미없는 개념공부를 길게 할 필요는 없고, 워드프레스 설치 방법, 테마 적용 방법, 플러그인 검색, 설치 및 적용, 페이지와 포스트 (차이), 홈페이지 설정하는 법 정도만 알면 일단 설치하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자신이 사용할 페이지 빌더 사용법 퀵스타트 영상 하나 보면 진짜 시작)

 

https://www.wpbeginner.com/

워드프레스 사용시 당면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과 유용한 정보, 튜토리얼, 팁이 있는 사이트입니다. 워드프레스에 대한 내용을 구글검색하면 이 사이트 글이 거의 탑랭크에 있음. 꼭 필요한 사이트.

 

https://wordpress.org/support/article/how-to-install-wordpress/

읽기 지루하고 영어의 압박이 있긴 해도 체계적으로 배우는걸 좋아하신다면 공식사이트만큼 정확한 곳이 없겠죠. 링크의 인스톨 방법 글부터Basic usage 메뉴에 워드프레스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개념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있습니다. 재미는 없지만 유용합니다.

이런 종류의 글은 문장을 간결하게 적기 때문에 영어의 압박이 덜합니다. 구글번역기를 써도 되고요. 

 

동영상 강의는 유툽에 한글, 영어 많이 있는데, 최근영상 위주로 배우는 걸 추천합니다. 

그 밖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글링하면 웬만한건 다 나옵니다. (영어로 검색하면 제일 좋고, 한글도 꽤 나옴)

튜토리얼이나 문제해결 글 보고 쉽게 따라하기 위해서, 영어 잘 못해도 워드프레스를 영어로 설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한글 번역이 어색해서 한국말인데 이해안가는 것도 있어요. 

 

워드프레스 전망?

이제 처음 만드는 사이트라면 한물 간 플랫폼이 아닌, 앞으로 잘 나갈(?) 플랫폼으로 제작하고 싶은건 당연지사. 

검색하다가 "워드프레스의 미래가 밝다, 어둡다"로 온라인상에서 언쟁을 벌이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개발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게 이렇게 싸울 일인가 싶었는데 (좋으면 쓰고, 싫으면 안쓰면 되지 않나?) 개발자들은 좀 다른가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차이인가. 

 

그래서 워드프레스의 미래는 뭐다?

펭수에게 물어보자. SOURCE: Youtube 자이언트펭TV

 

미래는 아무도 모름. 지금 엄청 떴으니까 언젠간 지겠죠. 하지만 워드프레스가 쇠락의 길을 걷는다한들, 그 하강곡선이 바닥을 치기 훨씬 전에 나의 소소한 블로그는 이미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지 않았을까요. 5, 6년 후에 혹시 망할까봐 불안해서 지금 쓸까 말까 고민한다면, 시작할 수 있는게 없을 듯. 

단 하나 확실한 건 워드프레스 망하기 전에 내 사이트가 먼저 망함ㅋㅋㅋㅠㅠ

 

미래는 모르고, 현재는 워드프레스의 점유율이 대단합니다. 

물론 점유율은 한 번 오르면 떨어지기 힘든게, 대세 플랫폼이 되면 테스트삼아 업로드한 후 방치되는 웹사이트도 많기 때문에 당장 오늘부터 아무도 안 사용한다 해서 내일 뚝 떨어지긴 힘든 구조임을 감안해야 하겠지만요.

 

저 위의 워드프레스 홈페이지 문구에도 있듯, 현존하는 웹사이트의 38% 이상을 워드프레스가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아직도 점유율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2020년 10월 8일 현재 전체 라이브 웹사이트의 약 38.5%, CMS 사용하는 사이트들 중에 63.5%라네요. 헐 

이놈의 인기란…  SOURCE: https://w3techs.com/technologies/details/cm-wordpress

 

점유율이 높다보니, 수요가 많아서 테마, 플러그인 개발자들이 활발히 업데이트를 하고 경쟁이 되서 양질의 테마, 플러그인이 계속 나와서 좋습니다. 전 드루팔을 좋아하는데 이게 인기도 생각보다 별로고 점유율도 떨어지니 개발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지 이제 넘 촌스러워요. 누구한테 권하기 힘든 비주얼-.- 

 

암튼 워드프레스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워드프레스 좋다면서 나는 지금 이 글을 왜 티스토리에서 쓰고 있나.

티스토리는 어떻게 생겼나도 궁금하니까...